전자레인지 영양소 파괴, 데우면 음식이 덜 건강해질까

냉장고에서 꺼낸 밥과 반찬을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몇 분 만에 한 끼가 준비됩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가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말을 들으면 편리한 만큼 음식에는 좋지 않은 방법인지 마음이 걸립니다. 냄비나 찜기로 데우면 괜찮고 전자레인지만 나쁜 걸까요?
전자레인지가 다른 조리법보다 영양소를 더 많이 없앤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짧은 시간에 적은 물로 익힐 수 있어 일부 영양소를 보존하는 데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FDA, 연도 미표기). 영양소 손실은 기기 이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인지, 얼마나 오래 가열하는지, 물을 얼마나 쓰는지 등 조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울까요?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가 음식에 흡수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에너지가 음식 속 물 분자를 움직이게 해 열을 만들고, 그 열로 음식이 익는다고 설명합니다. 에너지가 흡수되어 열로 바뀌는 과정이며 음식이 방사성 물질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FDA, 연도 미표기).
이렇게 만들어진 열도 음식의 성분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열에 약한 비타민이 줄어드는 일은 냄비에 삶을 때에도, 전자레인지에 익힐 때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자파로 가열했다는 사실만으로 영양소 손실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영양소가 줄었다는 말은 모두 같은 뜻일까요?
브로콜리를 익힌 뒤 비타민 C가 줄었다고 해 보겠습니다. 원래 있던 성분이 열로 분해됐을 수도 있고, 브로콜리에서 조리용 물로 빠져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둘 다 브로콜리 자체에서 측정되는 양은 줄지만 식사에서의 의미는 다릅니다.
물을 버리고 브로콜리만 먹는다면 물로 빠져나간 성분은 먹지 못합니다. 그 물까지 음식에 포함해 먹는다면 물로 이동한 성분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분해된 비타민이 물을 먹는다고 되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영양소 파괴’라는 표현만으로는 이 두 과정을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López-Berenguer 등(2007)은 전자레인지의 가열 시간과 출력, 물의 양을 바꿔 브로콜리의 성분을 조사했습니다. 비타민 C는 분해되거나 물로 빠져나가 줄었으며, 연구진은 손실을 줄이려면 지나치게 긴 가열 시간과 많은 조리용 물을 피하는 편이 좋다고 정리했습니다. 반면 측정한 무기질은 조리 조건 전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습니다. 음식 속 모든 성분이 가열에 똑같이 반응하는 것도 아닌 셈입니다.
이 실험을 생활에 적용한다면 전자레인지를 버리는 것보다 채소에 물을 지나치게 많이 넣거나 필요 이상으로 오래 익히고 있지 않은지 보는 편이 유용합니다. 여기서 알아낸 것은 브로콜리 성분의 변화이므로 모든 음식에 같은 손실률이나 조리 시간을 정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채소는 찌는 게 더 좋을까요?
Yuan 등(2009)은 브로콜리를 찌기, 전자레인지 조리, 삶기, 볶기, 볶은 뒤 삶기의 다섯 방법으로 익혀 성분을 비교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찌기를 제외한 방법에서 비타민 C가 유의하게 줄었고, 전반적으로 찌기가 측정한 성분을 더 잘 보존했습니다. 전자레인지가 언제나 영양소를 가장 많이 남기는 방법이라는 결론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 결과는 브로콜리를 특정 조건으로 익혔을 때의 비교입니다. 밥 한 그릇을 데우는 경우까지 찌기가 언제나 낫다고 정한 연구는 아닙니다. 생채소를 익힐 때와 남은 밥을 데울 때 같은 조리법을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채소를 익히는 방법을 고를 때는 성분 보존을 비교할 수 있고, 남은 음식은 속까지 충분히 데워지는지가 중요합니다.
채소를 전자레인지에 익힌다면 포장에 적힌 조리법이나 재료의 양과 기기 출력이 명시된 조리법부터 참고하세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한 겹으로 담으면 고르게 익히기 쉽습니다. 캐나다 보건부도 이 방법을 안내하며 기기 출력에 맞게 시간을 조절하도록 권합니다(캐나다 보건부, 2018). 같은 ‘브로콜리 3분’이라도 한 접시를 익히는지 큰 그릇을 채우는지, 기기의 출력이 얼마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남은 음식은 영양소 때문에 조금만 데워도 될까요?
채소를 필요 이상으로 오래 익히지 말자는 이야기와 남은 음식을 충분히 데우는 일은 함께 지켜야 합니다. 전자레인지는 음식의 위치에 따라 고르게 가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겉에서 김이 나더라도 가운데가 차갑다면 속까지 데워진 것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캐나다 보건부는 남은 음식을 데울 때 중간에 저어 주거나 돌려 열을 고르게 퍼뜨리고, 중심 온도가 74°C에 이르렀는지 식품용 온도계로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조리 후 잠시 두는 시간이 표시돼 있다면 그 시간도 지켜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내부의 열이 더 고르게 퍼지며 조리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캐나다 보건부, 2018).
용기와 뚜껑은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것을 쓰고 증기가 빠져나갈 틈을 둡니다. 사용할 수 없는 포장에서는 음식을 옮겨 담고, 일회용 포장 용기는 반복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캐나다 보건부, 2018). 데우기 전 남은 음식이 냉장고에 제대로 보관됐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영양소 변화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실만으로 다른 조리법보다 나쁜 방법이 되지는 않습니다. 음식에 맞춰 불필요하게 긴 가열과 많은 물을 줄이고, 남은 음식은 속까지 충분히 데우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FDA, 연도 미표기 — Microwave Ovens ↗
- López-Berenguer 등, 2007 — Effects of microwave cooking conditions on bioactive compounds present in broccoli inflorescences ↗
- Yuan 등, 2009 — Effects of different cooking methods on health-promoting compounds of broccoli ↗
- 캐나다 보건부, 2018 — Food safety tips for microwave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