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혼잣말, 내 이름을 부르면 감정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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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회의에서 말실수를 했다고 털어놓으면 “그 한마디로 네 능력이 정해지는 건 아니야. 필요한 부분만 정정하면 되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일이 자신에게 생기면 “나는 왜 늘 이럴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자신의 이름을 넣어 상황을 돌아보는 3인칭 혼잣말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나’라고 생각할 때보다 괴로움이 줄고 사회적 스트레스에 더 잘 대응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Kross 등, 2014).
내 이름으로 생각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3인칭 혼잣말은 자신을 ‘나’ 대신 이름으로 부르며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름이 민지라면 “나는 지금 왜 이렇게 속상하지?”를 “민지는 지금 무엇 때문에 속상한 걸까?”로 바꾸어 보는 것입니다. 소리 내어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구에서도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평소 다른 사람을 떠올릴 때 사용하는 말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자신의 경험도 조금 떨어져 바라보도록 도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심리적 거리두기라고 부릅니다. 사건을 겪는 순간의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일을 겪은 사람의 사정과 다음 행동을 함께 생각할 여지를 만드는 것입니다(Moser 등, 2017).
회의에서 틀린 수치를 말한 상황이라면 “민지는 모두에게 무능하게 보였을까?”라는 질문만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지가 잘못 말한 수치는 무엇이고, 지금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살펴볼 내용이 달라집니다. 자신을 평가하는 말에서 실제 정정할 정보로 생각이 옮겨갑니다.
실험에서는 감정과 행동에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Kross 등(2014)은 총 585명이 참여한 일련의 연구에서 자신을 부르는 말을 바꾸었을 때의 차이를 살폈습니다. 첫인상을 주는 상황이나 대중 앞에서 말하는 과제를 앞두고, ‘나’ 대신 자신의 이름이나 1인칭이 아닌 표현을 사용한 집단은 괴로움을 덜 보고했습니다. 외부 평가자가 매긴 수행 평가도 더 좋았으며, 발표 뒤 상황을 부정적으로 곱씹는 반응 역시 줄었습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응답만 살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평가한 실제 과제 수행에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Moser 등(2017)의 후속 연구에서는 불쾌한 사진을 보거나 자신의 괴로운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기억을 떠올린 실험의 분석 대상은 50명이었고, 이름을 사용한 조건에서 부정적 감정을 덜 보고했습니다. 뇌 활동에서도 자신과 관련된 감정 처리 지표 일부가 낮아졌으며, 연구진이 측정한 인지적 통제 지표의 추가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지적 통제는 주의를 의도적으로 돌리고 생각을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이름을 사용했을 때 감정 반응은 줄었지만, 그런 통제와 관련해 측정한 뇌 활동이 더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짧은 실험에서 관찰한 이 조합을 바탕으로, 자신을 부르는 말의 변화가 감정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말해 볼까요?
먼저 있었던 일을 짧게 말하고, 그 일 때문에 무엇이 힘든지 자신의 이름으로 물어볼 수 있습니다. “민지는 회의에서 수치를 잘못 말했다. 다른 사람이 준비를 안 했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된다”처럼 적어 봅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함께 쓰면 막연한 괴로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표현하기 쉽습니다.
그다음 같은 상황의 친구에게 해 줄 말을 생각합니다. “틀린 수치는 고쳐야 한다. 확인한 자료와 함께 짧게 정정하면 된다”는 말이라면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잘못 말한 수치는 고치되, 실수 하나를 자신의 능력 전체에 대한 평가로 넓히지 않는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행동을 정합니다. 회의 자료의 숫자를 확인하고, “앞서 말씀드린 값은 ○○로 정정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식입니다. 이미 정정했다면 같은 장면을 다시 떠올릴 때 “민지는 필요한 정정을 마쳤고, 지금 할 일은 다음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돌아올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걱정을 다루는 방법도 이렇게 처리할 일과 끝없이 되풀이되는 예상의 차이를 다룹니다.
어떤 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요?
발표를 앞둔 긴장, 서운한 대화, 사소한 실수를 돌아볼 때처럼 현재의 일을 정리하는 장면부터 시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을 넣은 말이 어색할 수 있으므로 한두 문장으로 해 보고,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할지 설명되는지 살펴보세요. 이름만 바꾸고 자기비난을 계속하고 있다면 친구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까지 이어 보는 편이 이 방법의 취지에 가깝습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짚을수록 감정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면 혼자 계속 파고들지 마세요. 불안이나 괴로움 때문에 수면·일·대인관계가 지속적으로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다룰 수 있습니다. 여기서 소개한 실험은 심한 외상 반응이나 정신건강 질환을 스스로 치료하는 절차를 확립한 연구가 아닙니다.
속상한 일을 생각하다 같은 자기비난으로 돌아온다면, 잠시 자신의 이름을 넣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 무엇이 힘들고, 어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좋을까?” 하고 다음 한 걸음을 정리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