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심리

좋은 순간을 음미하면 기분도 달라질까?

꽃이 있는 테라스에서 찻잔을 들고 햇빛을 즐기는 사람
이 글의 목차
  1. 음미는 좋은 일을 새로 만드는 것과 다르다
  2. 좋은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질까?
  3. 즐거움이 늘어나는 것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다르다
  4. 일상에서 좋은 순간을 음미하는 방법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다음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어떤 맛이 좋았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한 것이다.

반대로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에 집중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향과 온기를 천천히 느끼면 그 순간의 즐거움이 더 선명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좋은 경험에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고 충분히 경험하거나 더 크게 느끼도록 하는 과정을 '음미(savoring)'라고 부른다. 연구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긍정적인 기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음미는 좋은 일을 새로 만드는 것과 다르다

기분을 좋게 하려면 특별히 즐거운 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여행을 가는 것처럼 경험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다.

음미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즐거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다면 차의 맛과 향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할 수 있다. 잠시 화면을 내려놓고 향을 맡거나 입안에 남는 맛을 느끼면 같은 차를 마시면서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을 때 좋아하는 악기 소리에 집중하거나, 산책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을 조금 더 바라보는 것도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특별한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다. 이미 좋게 느껴지는 경험이 있다면 그것을 서둘러 지나치지 않고 충분히 느끼는 것이다.

음미에는 지금의 즐거움을 알아차리는 것뿐 아니라 과거의 좋은 일을 떠올리거나 앞으로 기대되는 경험을 생각하는 방식도 있다. 여기서는 일상에서 현재의 즐거움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좋은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질까?

Klibert 등(2022)은 대학생들에게 타인의 평가를 받는 불편한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서로 다른 활동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현재의 긍정적인 감정을 음미하도록 안내받은 집단은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천천히 읽으면서 그때 느끼는 감정에 주의를 기울였다. 활동 후 이 집단은 대조 집단보다 긍정 감정을 높게 보고했다(Klibert 등, 2022).

이 결과는 불편한 경험을 한 뒤에도 긍정적인 내용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활동이 기분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험에서 사용한 것은 좋은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활동이었다. 단순히 차를 천천히 마시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행동만으로 같은 크기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활동 직후 기분이 좋아진 것과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즐거움이 늘어나는 것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다르다

긍정적인 감정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걱정거리가 있는 날에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사라지거나 그 문제에 대한 불안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난다.

Villani 등(2023)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현재의 즐거움을 음미하는 활동과 좋은 경험의 회상, 감사 등을 결합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평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은 비교 집단보다 긍정 감정이 더 증가했다. 그러나 부정 감정과 삶의 만족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Villani 등, 2023).

이 결과는 음미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다. 긍정 감정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일 수 있다. 다만 그러한 변화가 곧 불안의 해소나 삶 전체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이 연구는 여러 긍정심리 활동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살폈으므로 효과 전체를 음미 한 가지에만 돌릴 수는 없다.

일상에서 좋은 순간을 음미하는 방법

음미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미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에 잠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면 어떤 맛과 향이 마음에 드는지 느껴 볼 수 있다. 함께 산책하는 시간이 즐겁다면 그 순간의 풍경이나 대화를 조금 더 의식해 볼 수도 있다.

좋은 감정을 나누고 싶을 때는 함께 있는 사람에게 무엇이 좋았는지 이야기해도 된다. 그 과정에서 경험의 구체적인 부분을 다시 알아차릴 수 있다.

다만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 억지로 즐거움을 찾거나, 음미한 뒤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평가하는 일까지 숙제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음미는 걱정을 없애는 기술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즐거움을 조금 더 충분히 경험하는 방법에 가깝다. 일상에서 마음에 드는 순간을 만났다면 바로 다음 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그 경험을 느껴 보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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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고자료

  1. Klibert 등, 2022 — Savoring Interventions Increase Positive Emotions After a Social-Evaluative Hassle ↗
  2. Villani 등, 2023 — Savoring life during pandemic: An online intervention to promote well-being in emerging adults ↗

리듬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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