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과의 대화, 생각보다 즐거울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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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간 모임에서 옆 사람에게 말을 걸까 하다가 그만둔 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상대가 귀찮아하면 어쩌나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한두 마디를 나눈 뒤에는 예상보다 편안하거나 즐거웠던 경험도 있습니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시작하기 전의 예상보다 즐거울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통근자 실험에서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한 참가자들이 혼자 있었던 참가자들보다 더 긍정적인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런던의 통근자 연구에서도 대화의 이점이 관찰됐으며,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상대가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걱정이 드러났습니다(Epley와 Schroeder, 2014; Schroeder 등, 2022).
말을 걸기 전의 예상과 실제 경험은 어떻게 달랐나요?
Epley와 Schroeder(2014)는 통근 열차와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혼자 있기, 평소처럼 이동하기 중 한 행동을 하도록 배정했습니다. 이동을 마친 뒤의 경험을 비교하면 대화한 참가자들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반면 별도의 참가자들에게 같은 상황을 상상하게 했을 때는 혼자 있는 편이 더 좋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화하면 즐겁다고 답한 사람들’을 모아 본 설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실제 행동을 다르게 배정한 뒤 경험을 비교했고, 예상은 별도로 조사했습니다. 사람들은 시작 전에는 번거롭고 어색할 것처럼 생각했지만, 실험에서 실제로 나눈 대화는 그 예상과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모임 시작 전 옆 사람에게 “이 강의는 처음 들으세요?”라고 물을까 고민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머릿속에서는 대답이 끊기고 침묵이 흐르는 장면부터 그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지난번 강의도 들었는데 괜찮았어요”라고 답하면, 다음 이야기는 굳이 새로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 경우에는 상대의 답을 듣고 나서 지난 강의라는 이야기 소재가 생깁니다. 첫마디를 건네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내용입니다.
대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시작이 걱정될 수도 있습니다
런던 지역의 통근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는 조금 다른 그림을 보여 줬습니다. 이 참가자들은 대화하면 더 즐거울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도 ‘대화를 하고 있는 장면’보다 ‘대화를 시작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을 덜 즐겁게 예상했습니다. 상대가 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시작의 부담과 관련됐습니다(Schroeder 등, 2022).
이 차이를 알면 자신의 망설임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날인지, 이야기하고 싶지만 첫마디가 어렵게 느껴지는 날인지가 다른 것입니다. 전자라면 조용히 쉴 시간을 택할 수 있고, 후자라면 길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하기보다 짧게 한 번 물어보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독서 모임에 갔지만 말을 걸기 어렵다면 “어느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어요?”처럼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이유를 소재로 삼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길게 답하거나 되묻는다면 그 답에 맞춰 이어 가고, 짧게 답한 뒤 다른 일을 한다면 그대로 마쳐도 됩니다. 처음부터 긴 대화를 이어 갈 책임까지 떠안기보다,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상대가 대화를 이어 가는지 보면 됩니다.
대화가 끝난 뒤에도 나를 너무 낮게 평가할 수 있나요?
대화가 무난히 끝났는데 집에 와서는 자신이 버벅인 장면만 생각날 수 있습니다. “상대는 재미없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 만남도 피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나의 대화 평가와 상대가 나를 어떻게 느꼈는지는 같은 정보가 아닙니다.
Boothby 등(2018)은 서로 대화한 사람들에게 상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와 상대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했을 것으로 생각하는지를 각각 물었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참가자들은 상대가 자신에게 느끼는 호감을 실제보다 낮게 짐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차이를 ‘호감의 격차’라고 불렀습니다. 대화 뒤 자신에 관해 떠올린 생각이 상대에 관한 생각보다 더 부정적인 경향도 관찰됐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 하나에 답을 늦게 했으니 상대가 나를 답답하게 봤을 것”이라는 판단에는 두 부분이 있습니다. 답이 늦었다는 기억은 자신의 경험이고, 상대가 답답해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확인하지 않은 추측입니다. 둘을 구분하면 ‘내가 매끄럽게 말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화 전체를 실패로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서 가볍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처음 시도한다면 취미 수업, 동네 행사, 독서 모임처럼 함께 있는 이유가 분명하고 안전한 자리를 고를 수 있습니다. 첫 질문은 상대의 사생활보다 그 자리의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취미 수업이라면 어떤 재료를 쓰고 있는지, 독서 모임이라면 책의 어느 부분이 기억에 남는지 묻는 식입니다.
연구의 대화가 평균적으로 즐거웠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대화를 끝내려 하거나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이어 가지 않아도 됩니다.
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필요한 만남이나 일상생활을 지속해서 피하고 있다면 혼자 ‘더 용감해져야 한다’고 몰아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NIMH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이 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때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도록 안내합니다(NIMH).
가벼운 대화 하나가 외로움이나 관계의 어려움을 모두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말을 걸기 전의 걱정만으로 그 경험의 즐거움까지 정해 버릴 필요도 없습니다.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한마디를 건네고, 그다음은 실제로 돌아온 반응을 보고 이어 가면 됩니다.
출처 및 참고자료
- Epley와 Schroeder, 2014 — Mistakenly Seeking Solitude ↗
- Schroeder 등, 2022 — Hello, stranger? Pleasant conversations are preceded by concerns about starting one ↗
- Boothby 등, 2018 — The Liking Gap in Conversations: Do People Like Us More Than We Think? ↗
- NIMH — Social Anxiety Disorder: What You Need to Kno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