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많이 꾸면 잠을 못 잔 걸까?

어젯밤 꿈이 영화처럼 선명하게 기억나는 날에는 잠을 설친 것처럼 느껴진다. 밤새 뇌가 쉬지 않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듯해서다. 반대로 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으면 푹 잤다고 생각하기 쉽다.
꿈이 생생하다는 사실만으로 잠을 못 잤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꿈은 정상적인 수면 중에도 나타나며, 꿈을 꾼 경험과 아침에 그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숙면 여부를 보려면 꿈의 개수보다 밤에 얼마나 자주 깼는지, 충분히 잤는지, 낮 동안 졸려서 생활에 지장이 있는지를 함께 살피는 편이 낫다.
뇌가 활동한다고 잠이 얕은 것은 아니다
잠든 동안 뇌의 상태는 일정하지 않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여러 차례 번갈아 나타나며, 깊은 잠은 비렘수면의 한 단계다. 깊은 잠은 대체로 밤의 앞부분에 많고, 렘수면은 밤의 뒷부분에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NHLBI, 2022).
렘수면에서는 눈이 빠르게 움직이고 뇌의 전기적 활동도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고 렘수면 동안 깨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몸과 뇌가 수면의 또 다른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잠을 ‘뇌가 거의 꺼진 시간’으로만 이해하면 꿈을 꾸는 동안의 활동이 모두 휴식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한밤중에 깊은 비렘수면을 거친 뒤 아침 가까이에 렘수면을 경험하는 일은 한 사람의 수면 안에서 함께 일어날 수 있다. 아침에 기억나는 꿈 한 장면만으로 밤 전체에 깊은 잠이 없었다고 거슬러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꿈을 꾼 것과 꿈이 기억나는 것은 다르다
꿈은 렘수면에서 흔하게 보고되지만, 비렘수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국립보완통합건강센터(NCCIH)가 소개한 Siclari 등(2017)의 연구는 잠든 참가자를 여러 차례 깨워 직전에 경험한 내용을 물으면서 뇌파를 기록했다. 같은 비렘수면 상태에서도 꿈을 보고한 경우와 보고하지 않은 경우를 구분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연구자가 직접 얻는 정보는 잠든 동안의 경험에 대한 깨어난 사람의 보고다. 우리도 아침에 ‘꿈을 많이 꿨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을 세고 있다. 밤에 떠올랐지만 아침에 잊은 경험은 그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꿈 한 편의 장소와 대사가 오래 기억나는 날과, 깨어난 직후 잠깐 떠올랐다가 금세 잊은 날이 있다고 해 보자. 두 날의 기억 차이를 곧바로 꿈을 꾼 시간이나 깊은 잠의 양 차이로 바꿀 수는 없다. 꿈의 생생함, 꿈을 기억하는 정도, 수면의 질은 서로 다른 정보다.
피곤하다면 꿈 밖의 단서도 함께 본다
꿈이 기억나도 아침에 개운하고 낮에 일상생활을 잘한다면, 기억나는 꿈만을 줄이려고 애쓸 필요는 적다. 반대로 밤마다 자주 깨고 낮에 졸음이 심하다면 꿈 이야기보다 수면의 연속성과 낮 기능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NHLBI(2022)는 수면 부족을 단순히 잠의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보다 넓게 설명한다. 잠을 잘 유지하지 못하거나 수면장애 때문에 필요한 잠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포함하며, 집중과 반응, 운전 같은 낮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밤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면 수면일지에 잠자리에 든 시간, 깬 시각, 밤중에 기억나는 깸과 낮 졸음을 적어 볼 수 있다. ‘꿈이 이상했다’는 인상 옆에 실제 생활의 단서를 함께 두는 것이다. 충분히 잘 기회를 마련했는데도 잦은 깸이나 낮 졸음이 이어지거나, 악몽 때문에 잠들기를 피하게 된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살펴보는 게 좋다.
정리
생생한 꿈은 밤 전체의 수면 성적표가 아니다. 꿈이 기억났는지만으로 숙면과 수면 부족을 가르기보다, 충분한 수면시간과 잦은 깸, 다음 날의 졸음과 생활 기능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유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