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간은 충분한데, 꼭 규칙적으로 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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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8시간씩 잔다면, 자는 시각은 달라도 괜찮을까? 평일에는 밤 10시에 잠들고 주말에는 새벽 2시에 잠들더라도, 그만큼 늦게 일어나 수면시간을 채우면 별문제가 없을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에서는 얼마나 오래 자는지뿐 아니라 언제 자고 일어나는지도 중요하다. 우리 몸에는 하루 중 잠이 오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시간대를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각이 자주 바뀌면 이 생체시계와 수면 일정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충분히 자는 사람도 반드시 일정한 시각에 잠들어야 할까? 현재까지의 연구는 규칙적인 수면이 건강과 낮 동안의 각성 상태에 중요하다는 권고를 뒷받침한다. 다만 이미 필요한 수면량을 채우고 있는 사람이 취침·기상 시각만 일정하게 바꿨을 때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면시간이 같아도 몸이 경험하는 하루는 다르다
하루 8시간을 잔다고 가정해 보자.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자는 날과 새벽 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자는 날은 수면시간이 똑같다. 그러나 잠들기 전까지 깨어 있는 시간대와 아침에 빛을 받는 시각은 달라질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수면을 조절하는 두 가지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잠을 자려는 욕구가 커지는 과정이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 졸음이 쌓이고, 충분히 자고 나면 이러한 압력이 줄어든다.
다른 하나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시계다. 생체시계는 하루 중 잠들기 쉬운 시간과 깨어 있기 쉬운 시간에 영향을 준다. 저녁에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는 현상도 이러한 생체리듬과 관련이 있다.
두 과정은 함께 작용하지만 서로 같은 것은 아니다. 깨어 있던 시간만큼 잠을 자더라도, 그 잠이 생체시계의 어느 시간대에 놓이는지는 달라질 수 있다.
생체시계가 외부의 낮과 밤에 맞춰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빛이다. 특히 빛을 받는 시각에 따라 생체리듬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밤늦게 밝은 빛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잠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 2022).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늦게 자는 것과 불규칙하게 자는 것이 다르다는 점이다. 매일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10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수면 시각이 늦지만 일정한 편이다. 반면 어떤 날은 밤 10시에, 다른 날은 새벽 2시에 잠드는 사람은 수면 시각의 변화가 크다.
늦은 시간대에 규칙적으로 자는 생활에도 빛 노출이나 사회적 일정과 관련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면이 불규칙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글에서 살펴보려는 규칙성은 취침·기상 시각이 날마다 얼마나 달라지는가에 관한 문제다.
실제로 수면이 불규칙한 사람에게는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수면시간이 비슷해도 잠자는 시각의 규칙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살핀 연구가 있다.
Phillips 등(2017)은 대학생 61명의 수면을 30일 동안 조사하고, 수면이 규칙적인 집단과 불규칙한 집단을 비교했다. 두 집단의 평균 총수면시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생체리듬과 수면 경험에서는 차이가 관찰됐다.
불규칙한 집단은 규칙적인 집단보다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각이 늦었다. 수면이 필요해지는 하루 중 시간대도 더 늦게 나타났으며, 스스로 평가한 수면의 질도 낮았다. 연구에서는 수면 규칙성이 높을수록 학업 성적이 좋은 상관관계도 관찰됐다(Phillips 등, 2017).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평균적으로 비슷한 시간을 자는 집단 사이에서도 생체리듬과 수면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면시간만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결과를 수면의 불규칙성만이 차이를 일으켰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불규칙한 집단은 수면 시각뿐 아니라 낮잠과 빛 노출 양상 등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연구는 수면의 규칙성과 여러 결과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주지만, 각각의 요인이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분리해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수면시간을 확보하면서 규칙성까지 챙기면 도움이 될까?
앞의 연구가 수면 습관에 따른 차이를 관찰했다면, 수면 일정을 실제로 바꾸도록 지시한 연구도 있다.
Manber 등(1996)은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모두에게 최소 7.5시간의 수면을 취하도록 했다. 여기에 한 집단에는 자고 일어나는 시각도 규칙적으로 유지하라는 지시를 추가했다.
4주간의 실험에서 규칙적인 수면 일정을 유지하도록 지시받은 집단은 낮 동안 졸음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낮에 정신이 또렷한 정도도 수면시간만 지시받은 집단보다 더 크게 개선됐으며, 그 개선도 더 오래 지속됐다. 수면 효율에 대한 평가 역시 좋아졌다(Manber 등, 1996).
이 결과는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권하는 것에 더해, 수면 일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매일 필요한 수면량을 이미 충분히 채우는 사람에게 규칙성만 더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까지 정확히 측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 두 집단에 동일한 최소 수면시간을 지시했더라도 실제 수면량과 개인별 수면 필요량이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연구를 종합하면, 수면 규칙성이 생체리듬과 낮 동안의 각성 상태에 관련된다는 근거는 있지만, 수면량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규칙성만 개선했을 때 얻는 추가 효과의 크기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정리할 수 있다.
충분히 자고 있다면 무엇을 바꾸는 것이 좋을까?
연구에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 수면 규칙성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전문가 합의문은 기존 연구를 검토한 뒤 취침·기상 시각의 일관성이 건강과 안전, 일상 수행에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Sletten 등, 2023).
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도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매일 비슷한 시각에 자고 일어날 것을 권한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 일정 차이는 약 1시간 이내로 유지하도록 제안한다(미국 국립심폐혈액연구소, 2022).
이미 충분히 자고 있다면 수면시간을 줄여 가면서까지 취침 시각을 맞출 필요는 없다. 우선 지금의 수면량을 유지하면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날마다 크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매일 8시간씩 자지만 취침 시각이 여러 시간씩 바뀐다면, 8시간의 수면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취침·기상 시각의 차이를 줄여 볼 수 있다. 이때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느낌, 낮 동안의 졸음도 함께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자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잠을 줄이거나, 잠들지 못하는데도 정해진 시각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교대근무처럼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생활 여건과 수면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수면은 어느 하나로 다른 하나를 대신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수면시간은 몸에 필요한 잠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보여주고, 수면 규칙성은 그 잠이 하루 중 얼마나 일정한 시간대에 놓이는지를 보여준다.
매일 필요한 만큼 자는 것은 좋은 출발점이다. 여기에 가능한 범위에서 자고 일어나는 시각까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현재의 과학적 근거와 수면 권고에 부합하는 방법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 NHLBI, 2022 — How Sleep Works: Your Sleep/Wake Cycle (2022-03-24 갱신) ↗
- Phillips 등, 2017 — Irregular sleep/wake patterns are associated with poorer academic performance and delayed circadian and sleep/wake timing. Scientific Reports, 7, 3216. ↗
- Manber 등, 1996 — The Effects of Regularizing Sleep-Wake Schedules on Daytime Sleepiness. Sleep, 19(5), 432–441. (출판사 Summary 확인) ↗
- Sletten 등, 2023 — The importance of sleep regularity: a consensus statement of the National Sleep Foundation sleep timing and variability panel. Sleep Health, 9(6), 801–820. (저자 소속기관 수록 초록·서지) ↗
- NHLBI, 2022 — Sleep Deprivation and Deficiency: Healthy Sleep Habits (2022-03-24 갱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