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공부하면 더 잘 기억할까, 그리며 배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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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워야 할 내용을 여러 번 써도 잘 남지 않는다면, 그중 하나를 간단한 그림으로 바꾸어 보세요. 학습할 내용을 직접 그리는 방법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것보다 나중에 더 잘 떠올리게 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공부한 내용과 관계없는 낙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대상이나 개념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Wammes 등, 2016).
글자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요?
‘우산’이라는 단어를 베껴 쓸 때는 글자의 모양과 순서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반면 우산을 그리려면 어떤 물건인지 떠올리고, 둥근 덮개와 손잡이 가운데 무엇을 선으로 나타낼지 정해야 합니다. 단어의 뜻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이 추가되는 것입니다.
그리는 동안에는 뜻을 생각하고, 손으로 선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모습을 눈으로 봅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의미·시각·동작 정보가 함께 연결되는 과정이 기억의 이점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어느 한 과정이 효과의 전부라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Wammes 등, 2016).
예를 들어 준비물 목록의 ‘우산’을 기억하려면 복잡한 풍경화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덮개와 구부러진 손잡이를 그려 스스로 그 물건임을 알아볼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림을 만들기 위해 기억할 대상의 특징을 떠올리는 것과, 이미 써 둔 단어 주변을 예쁘게 장식하는 것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실제로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Wammes 등(2016)은 주로 대학생이 참여한 일곱 가지 실험에서 단어를 그리거나 쓰게 한 뒤 얼마나 떠올리는지 비교했습니다. 초기 실험에서는 각 단어에 같은 시간을 주고, 중간에 다른 과제를 한 다음 기억나는 단어를 자유롭게 말하게 했습니다. 그린 단어가 쓴 단어보다 더 잘 회상됐고, 항목당 시간이 4초로 짧아진 조건에서도 이점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교하게 오래 그려야만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입니다. 다만 이 연구의 단어 기억 검사를 모든 과목의 이해도나 시험 성적으로 바꾸어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수학 풀이를 이해하는 일이나 글의 주장을 평가하는 일에는 단어를 기억하는 것 외의 과정도 필요합니다.
수업에서 시간이 더 지난 뒤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살핀 연구도 있습니다. Jalava 등(2023)은 대학 수업의 학생 145명에게 교재 용어의 정의를 그리거나 베껴 쓰도록 했습니다. 1주와 3주 뒤 정의를 보여 주고 해당 용어를 답하게 했을 때 그린 항목의 기억이 더 좋았습니다. 여기서 확인한 것은 특정 용어를 떠올리는 능력이며, 과목 전체에서 높은 성적을 보장한다는 결과는 아닙니다.
추상적인 개념은 무엇을 그리면 될까요?
사물처럼 모양이 있는 내용은 바로 그릴 수 있지만, 관계나 규칙은 무엇을 표현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이때는 한 장면을 떠올리거나 상자와 화살표, 짧은 단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만으로 모든 문장을 대신하려 하기보다 자신이 이해해야 할 차이가 보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분류’와 ‘순서’를 헷갈린다고 해 보겠습니다. 분류는 빨간 공과 파란 공을 색깔별 두 상자에 넣은 모습으로, 순서는 같은 공 세 개에 1·2·3을 붙이고 나란히 놓은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앞의 그림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같은 무리에 넣었는지가 중요하고, 뒤에서는 무엇이 먼저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림 옆에 “분류는 기준에 따라 묶기, 순서는 앞뒤 차례 정하기”라고 적으면 선과 색이 뜻하는 바가 분명해집니다. 원문에 다른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도 표시합니다. 이 예시는 그림을 보고 개념 이름만 알아보는 데서 더 나아가, 두 개념의 차이를 말로 설명하기 위한 구성입니다.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면 해당 문장을 먼저 자신의 말로 풀어 보세요. 뜻을 모르는 용어를 네모 안에 넣고 화살표로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관계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화살표는 시간 순서인가, 원인인가, 포함 관계인가’를 말할 수 있어야 나중에 그림을 다시 보아도 같은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린 뒤에는 어떻게 복습하면 좋을까요?
완성한 그림을 원문과 대조합니다. 빠뜨린 조건이 없는지, 화살표 방향이 맞는지, 단어를 다른 뜻으로 바꾸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그림은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보여 주므로 잘못 이해한 부분도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 그림을 가리고 뜻을 말하거나 간단히 다시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이때는 그림을 만드는 학습에 기억에서 꺼내 보는 연습을 더하는 것입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원문을 확인하고, 다음 복습 시간에 다시 설명해 봅니다.
시험이 글로 답하는 방식이라면 마지막에는 문장으로 설명해 보세요. 분류와 순서의 그림이 떠오르더라도 두 개념의 차이를 말하지 못한다면 그 설명을 더 공부해야 합니다. 노트에 그림이 많이 쌓였는지보다, 그 그림을 통해 무엇을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가 다음 공부를 정하는 데 유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