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어 두면 더 잘 기억할까?

전시를 보거나 강의를 들을 때 사진을 찍어 두면 마음이 놓인다. 나중에 다시 볼 자료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대폰에 사진은 잔뜩 남았는데 정작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사진은 기록을 남기지만, 촬영한 경험이 머릿속에도 더 잘 남는지는 촬영 방식과 기억할 정보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 전체를 지시대로 찍는 실험에서는 기억이 더 약해졌고, 스스로 무엇을 찍을지 고르는 실험에서는 본 장면을 더 잘 알아보는 대신 들은 내용은 덜 기억했다. 사진 촬영을 기억에 무조건 좋거나 나쁜 행동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다.
카메라에 남긴 기록과 내 기억을 나누어 본다
사진 파일이 있으면 나중에 글자를 확대하거나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외부에 저장한 정보를 다시 꺼내 쓰는 장점이다. 반면 사진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을 떠올리는 능력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파일이 정확히 보존됐다고 해서 경험의 모든 부분이 머릿속에도 같은 정도로 남는 것은 아니다.
Henkel(2014)은 미술관을 둘러보는 참가자들에게 일부 작품은 관찰하고, 다른 작품은 사진을 찍게 했다. 작품 전체를 촬영한 경우에는 관찰만 한 경우보다 작품과 세부 정보, 위치에 대한 기억이 약했다. 촬영이 기억에 불리하게 나타난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가 자유롭게 기록할 대상을 고르기보다 정해진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흥미롭게도 작품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 찍는 조건에서는 이런 기억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확대하지 않은 부분의 세부 정보도 비교적 잘 기억했다. ‘셔터를 누르면 기억이 사라진다’는 설명보다는, 촬영하는 동안 대상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고 처리하는지가 결과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자유롭게 찍으면 보는 것과 듣는 것이 갈릴 수 있다
다른 상황에서는 촬영이 시각적 기억에 유리하게 나타났다. Barasch 등(2017)은 현장 연구 하나와 실험실 연구 세 개에서 참가자가 스스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촬영이 허용된 참가자들은 사진을 다시 보지 않아도 본 장면을 더 잘 알아봤지만, 들은 내용은 촬영하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덜 기억했다.
무엇을 찍을지 고르려면 모양과 색, 구도를 살펴야 한다. 연구진은 사진 촬영이 시각적 정보 쪽으로 주의를 옮기는 한편 청각적 정보에서는 주의를 돌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앞선 미술관 실험과 달리, 스스로 관심 있는 장면을 골라 찍었다는 점도 비교할 때 중요하다.
여기서 ‘더 잘 기억했다’는 말의 범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 장면을 나중에 알아보는 것과 설명의 논리를 이해하거나 들은 말을 떠올리는 것은 다른 과제다. 시각적 기억의 이점을 강의 내용 전체를 더 잘 배웠다는 결론으로 넓힐 수는 없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에 따라 촬영을 쓴다
미술관에서 작품의 질감이나 구성을 기억하고 싶다면 사진을 찍기 전에 눈길을 조금 더 머물게 할 수 있다. 반대로 강의에서 설명이 중요한 순간이라면 슬라이드를 빠짐없이 촬영하는 일과 말의 흐름을 듣는 일 중 어디에 주의를 둘지 선택해야 한다. 같은 촬영이라도 기억하려는 대상이 달라지면 쓰임새가 달라진다.
실용적인 방법은 사진을 자료로 저장하는 단계와 내용을 익히는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나중에 볼 자료를 확보했다면, 사진을 다시 열어 핵심 내용을 자기 말로 설명하거나 자료를 덮고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는 위 촬영 연구가 직접 검증한 결합 방법은 아니지만, 사진을 보관하는 데서 학습을 끝내지 않도록 하는 활용 방식이다. 떠올려 보는 공부의 근거는 인출 연습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정리
사진 촬영의 기억 효과는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찍었고 나중에 무엇을 물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남길 자료와 머릿속에 익힐 내용을 구분하고, 중요한 설명을 듣거나 내용을 떠올릴 시간까지 확보하면 사진을 더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