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을 적어 놓고도 잊는다면, 알림은 언제 받아야 할까?

할 일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해 두었는데도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반납할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집을 나설 때 챙기지 못하거나, 중요한 연락을 해야 한다고 적어 놓고도 하루가 지나서야 떠올리는 식이다.
이런 일을 줄이려면 메모의 내용뿐 아니라 언제 그 메모를 다시 보게 될지도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것과 그 일을 실행해야 하는 순간에 떠올리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정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데 왜 제때 생각나지 않을까?
도서관 책을 반납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전날 저녁에 휴대전화 메모장에 '책 반납'이라고 적어 두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책을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다. 그런데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책을 가방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야 할 일 자체를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그 일을 할 기회가 왔다는 사실을 제때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미래의 특정 시점이나 상황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해 실행하는 능력을 '전망기억'이라고 부른다.
전망기억에는 무엇을 할지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언제 그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는 과정도 포함된다.
일반적인 메모는 해야 할 내용을 저장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기록을 다시 열어 보지 않는다면 필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메모를 남길 때는 기록 자체와 함께 그 기록을 다시 보게 될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알림은 언제 받는 것이 효과적일까?
도서관 책을 반납해야 한다는 알림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울렸다고 해 보자. 반납할 일을 떠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책은 여전히 집에 있다.
이때는 책을 챙길 수 없으므로 나중에 다시 기억해야 한다.
반면 집에서 가방을 챙기는 시간에 알림을 받는다면 책을 곧바로 넣을 수 있다. 알림을 받은 시점과 행동할 수 있는 시점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알림 없이 미래의 일을 기억하려면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시계를 확인하거나 적절한 기회가 왔는지 살펴야 할 수 있다. Gilbert 등(2023)은 이러한 부담을 외부의 단서나 도구를 이용해 줄이는 기억 전략을 검토했다(Gilbert 등, 2023).
미래에 할 일을 외부 도구에 맡기는 방법에는 휴대전화 알림뿐 아니라 눈에 잘 띄는 곳에 물건을 놓아두는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반납할 책을 현관의 가방 옆에 두면 집을 나서면서 책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책 자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떠올리게 하는 단서가 되는 것이다.
다만 물건을 어디에 두든 반드시 기억하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실제 생활 동선에서 볼 수 있는 곳에 단서를 놓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을 돕는 단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Gilbert(2015)는 참가자들이 화면에 표시된 원들을 옮기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특정한 원을 나중에 다른 위치로 옮겨야 했는데, 그 사실을 기억하는 대신 원의 위치를 미리 바꾸어 단서로 남길 수 있었다.
이렇게 외부에 표시를 남길 수 있는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나중에 해야 할 행동을 더 정확하게 수행했다. 기억해야 할 일이 많거나 중간에 방해가 생기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전략을 더 자주 이용했다(Gilbert, 2015).
이 연구는 일상에서 휴대전화 알림을 몇 분 전에 설정해야 하는지 직접 비교한 실험은 아니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만 유지하는 대신 환경에 단서를 남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원리를 생활에 적용할 때는 단서를 보는 순간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정해진 업무라면 그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각에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장소가 중요한 일이라면 해당 장소에 도착했을 때 알림을 받는 방법이 유용할 수 있다.
일정 시간이 걸리는 준비가 필요하다면 실제 마감 시각보다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적절하다. 예를 들어 서류를 제출하는 데 30분이 필요하다면 제출 마감 직전이 아니라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알림을 받아야 한다.
알림에는 무엇을 적는 것이 좋을까?
알림이 울려도 내용이 모호하면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확인하기'보다는 '회의 전에 자료 최종본 확인하기'가 분명하다. '책 반납'보다 '외출 전에 도서관 책 가방에 넣기'라고 적으면 알림을 받았을 때의 행동이 구체적이다.
이처럼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연결하는 방법은 실행 계획을 세울 때도 활용한다.
또한 작업이 중간에 끊긴 상황이라면, 다시 시작할 때 필요한 행동을 적어 두는 메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알림을 받았는데 지금 행동하기 어렵다면 무심코 닫기보다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울리도록 설정하는 편이 낫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알림을 많이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순간에 적절한 단서가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메모는 해야 할 일을 보관해 주고, 알림은 그 일을 실행할 기회를 떠올리게 해 준다. 할 일을 적어 놓고도 자꾸 놓친다면 무엇을 적을지만 고민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 그 기록을 보아야 하는지도 함께 정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