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전혀 없을까?

카페인 때문에 잠을 설치거나 심장이 두근거린 경험이 있다면, 커피를 주문할 때 디카페인을 선택하게 된다.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이 적다는 것은 알지만, 얼마나 적은지 또는 아예 들어 있지 않은지는 헷갈릴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은 남아 있을 수 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을 완전히 없앤 커피가 아니라, 원두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대부분을 제거한 커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이 남는 이유
커피 원두에는 본래 카페인이 들어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원두를 볶고 추출하기 전에 물이나 이산화탄소, 용매 등을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의 상당 부분이 제거되지만, 일부는 원두에 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남을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카페인 커피 약 237mL에 일반적으로 2~15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안내한다(FDA, 2024). 미국에서 사용하는 8액량온스 한 잔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이는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을 크게 줄인 양이지만, 모든 디카페인 커피에 똑같이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다. 원두에 처음 들어 있던 카페인의 양과 제거 과정,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실제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미국 FDA가 제시한 수치를 국내 카페에서 판매하는 모든 디카페인 메뉴의 함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매장마다 사용하는 원두와 추출 방식, 한 잔에 들어가는 커피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제거해야 디카페인일까?
디카페인이라는 표시를 붙이기 위한 기준도 있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카페인 제거율과 잔류 함량이다.
제거율은 원두에 처음 들어 있던 카페인 중 얼마를 없앴는지를 뜻한다. 반면 잔류 함량은 제거 과정을 마친 원두에 카페인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나타낸다.
두 수치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카페인이 많이 들어 있던 원두는 같은 비율을 제거하더라도 더 많은 카페인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두에 처음 카페인이 2% 들어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중 90%를 제거하면 원래 카페인의 10%가 남으므로, 제거 전 원두 무게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잔류 카페인은 약 0.2%에 해당한다. 실제 가공 중에는 원두의 무게와 성분이 변할 수 있지만, 제거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최종 잔류 함량이 충분히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반영해 디카페인 표시기준을 개정했다.
종전 기준에서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커피에 디카페인 표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정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은 원료로 사용한 커피원두의 잔류 카페인 함량이 고형분 기준 0.1% 이하인 경우 디카페인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식품의약품안전처, 2026).
고형분 기준이란 원두에 포함된 수분을 제외하고 남은 성분의 무게를 기준으로 함량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0.1%라는 숫자는 완성된 커피 한 잔의 카페인 비율이 아니라, 원료로 사용하는 커피원두에 남아 있는 카페인의 비율을 가리킨다.
개정 기준의 본격적인 시행일은 2028년 1월 1일이다. 2026년 10월 현재는 종전 기준이 적용되는 경과기간이며, 새 기준을 미리 적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기존 기준이 원래 카페인의 대부분을 제거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준은 제거 후 실제로 얼마나 남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디카페인이라는 표시가 소비자가 기대하는 낮은 카페인 함량을 더 잘 반영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다만 새 기준에서도 카페인이 완전히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잔류 함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므로, 디카페인 표시가 곧 카페인 0mg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마신 카페인 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원두의 잔류 카페인 비율을 알아도 커피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을 바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두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추출했는지에 따라 컵에 담기는 카페인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를 예로 들어 보자. 같은 에스프레소 샷에 물만 더해 큰 잔으로 만들었다면 음료의 양은 늘어나지만, 샷에서 추출된 카페인의 총량은 그대로다. 반대로 큰 잔을 만들면서 샷을 하나 더 넣었다면 카페인 섭취량도 늘어난다.
마시는 횟수도 영향을 준다. 한 잔에 카페인이 10mg 들어 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두 잔 마셨다면 커피에서 섭취한 카페인은 모두 20mg이다. 차나 초콜릿 등 다른 식품에 들어 있는 카페인도 하루 섭취량에 더해진다.
따라서 카페인 섭취량을 구체적으로 관리하려면 원두의 디카페인 표시만 보기보다 실제로 주문하는 메뉴의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매장이나 제조사가 제공하는 함량 정보가 있다면 음료 크기와 샷 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적은 양에도 잠을 설치거나 가슴 두근거림 같은 불편을 경험할 수 있다. FDA 역시 카페인에 대한 반응에는 개인차가 크며, 카페인에 강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디카페인 음료도 피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안내한다(FDA, 2024).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면서 카페인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다. 그러나 디카페인이라는 이름이 카페인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 표시기준 역시 원두에 남아 있는 카페인의 양을 제한하는 기준이지, 완성된 음료의 카페인을 0mg으로 만드는 기준은 아니다.
카페인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디카페인 커피를 선택할 수 있지만, 섭취량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면 한 잔에 실제로 들어 있는 카페인까지 확인해야 한다.


